제주시와 서귀포시가 제주지역의 핑크뮬리를 모두 제거하기로 했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뉴스의 제목만 보았을 땐 최근 핑크뮬리 군집소가 사진 명소로 떠오르면서, 코로나의 확산을 우려하여 6개월 전 먼저 ‘희생’된 유채꽃과 같이 “또 다시 죄 없는 식물이 몹쓸 바이러스 때문에 희생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뉴스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놀랍게도 핑크뮬리가 생태 유해종으로 지정되어 제거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미국에서 건너온 핑크뮬리는 이번 생태계 위해성 평가에서 2급 판정을 받게 되어 지금 당장 국내의 모든 핑크뮬리가 제거되는 것은 피했지만, 향후 우리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지속적 감시가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외국에서 건너온 종으로부터 토종생물을 보호하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생태 교란 생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황소개구리
황소의 울음소리를 내는 황소개구리의 원산지는 미국으로 1959년 최초로 유입되었고, 1971년 식용 목적으로 수입되었으나 큰 인기를 끌지 못하여 농가에서 방생하거나 탈출한 계체가 생존력과 번식력을 바탕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며 1998년 1급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압도적인 피지컬로 토종 개구리, 곤충, 뱀, 새, 심지어는 동족끼리도 잡아먹는 등을 말 그대로 닥치는 대로 잡아먹으며 토종 생태계의 최상위를 빠른 시간내에 차지하게 된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악어 등의 상위 포식자가 존재하여 그 위세를 떨칠 수 없었으나, 한국에서는 천적이 존재하지 않아 먹이사슬을 교란시키는 골치 아픈 존재가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1997년 환경부의 황소개구리 소탕 작전이 시작되면서 황소개구리의 위해성을 알리는 포스터의 배부, 황소개구리를 잡아오는 학생에게 자원봉사 활동으로 인정, 마리당 1,000~2,000원의 포상금의 지급 등 다양한 방안이 강구되기에 이릅니다.
또한, “황소개구리를 먹어 없애자”라는 무시무시한 슬로건 아래 1997년 환경부가 개최한 ‘황소개구리 요리시식회’에서는 황소개구리로 만든 탕수육과 죽을 선보이기도 하였습니다.
이후 처음에는 생소하여 관심을 보이지 않던 가물치, 백로, 오리, 족제비, 수달 등의 토종 생물들 역시 황소개구리의 ‘맛’을 알게 되면서부터 급속도로 세가 감소하게 됩니다.
이러한 인간과 토종 생물의 합동작전(?)으로 황소개구리가 지금은 대한민국에서 기를 펴지 못하는 종이 되었습니다.
뉴트리아
남아메리카로부터 들어온 뉴트리아는 1985년 모피와 식용을 목적으로 수입되었으나, 우리 국민의 설치류에 대한 거부감으로 수익성이 떨어져 사육을 포기하는 농가가 늘어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야생으로 유출되어 낙동강 하류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늪지에 자리 잡게 됩니다.
뉴트리아는 잡식성으로 천적이 존재하지 아니하며, 늪의 토종 식물과 주변 농가의 농작물 등에 피해를 주고, 질병 매개체의 역할도 하므로 1급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되게 됩니다.
이에 따라 뉴트리아 퇴치의 일환으로 마리당 1~3만 원 정도의 포상금을 지급하자 많은 현상금 사냥꾼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김해에 사는 전홍용 씨는 혼자서 닷새 만에 153마리를 잡아내기도 하며, 4년여에 걸쳐 총 1억 원 정도의 포상금 받았다고 합니다.
또한, 환경청으로부터 그 실력을 인정받아 14년부터 낙동강유역환경청 뉴트리아 퇴치반장으로서 기간제 공무원으로 일하기도 하였습니다.
2017년에는 뉴트리아 쓸개에서 곰보다 많은 웅담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뉴스가 보도되면서 뉴트리아의 본진에 해당하는 낙동강 일대로 헌터들이 몰리며 개체 수 감소에 한몫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뉴트리아의 쓸개즙에는 기생충과 세균이 많아 가공 없이 섭취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 환경부의 공식 입장이니 몸에 좋다고 마구 잡아먹는 일이 없어야겠습니다.
큰입배스
큰입배스의 원산지는 북아메리카로, 1973년 자원조성과 식용을 목적으로 미국으로부터 수입된 치어를 하천과 저수지에 방류하면서 우리나라 하천에 정착하게 됩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특유의 흙 비린내 때문에 사람들의 구미를 당기지 못하였고, 엄청난 적응력으로 토종 어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며 늘어난 배스는 토종 민물고기와 새우 등을 잡아먹으며 토종 생태계를 교란하기에 이르자 1998년 1급 생태계 교란생물로 지정됩니다.
이에 따라, 강원도 화천군은 배스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북한강에서 잡아 올린 배스를 ‘배스 어묵’으로 개발하여 화천 산천어 축제에서 선보이는가 하면, 배스와 블루길 등의 생태계 유해어종을 분쇄하여 액체 비료로도 개발하는 노력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낚시꾼들의 레이더망에 들어오면서 배스도 쇠퇴의 길을 걷게 됩니다.
강한 공격성 탓에 다른 민물고기보다 쉽게 잡히고, 강력한 힘에서 나오는 짜릿한 ‘손맛’에 낚시꾼들이 본격적으로 배스 사냥에 나선 것입니다.
또한, 최근에는 배스 등의 유해 어종을 이용한 애완동물 간식 등의 개발로 외래어종을 몰아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붉은귀거북
눈 바로 뒤쪽의 붉은 무늬가 특징인 붉은귀거북은 1970년대 이후 미국으로부터 애완용과 종교적인 방생의 목적으로 수입되었습니다.
하지만, 애완용으로 키우다 방생하거나, 종교적 목적의 방생으로 야생에서의 개체 수가 증가하면서 토종 생태계에 문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토종 남생이와 경쟁 관계에 있으나, 상대적으로 몸집이 왜소한 남생이가 붉은귀거북에 밀리게 되고, 국내에는 천적이 없고 잡식성인 관계로 늪과 하천생태계의 먹이사슬을 교란시키는 우점종이 되었습니다.
또한, 살모넬라균과 기생충 등 질병의 매개체로서의 역할도 하여 퇴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2001년 2급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되게 됩니다.
구청에 신고하여 수거된 붉은귀거북은 동물원의 사료로 사용하는 등 그 퇴치에 노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꽃매미
중국 남부 및 동남아시아의 더운 지방이 원산지지만, 한반도의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서 서식에 적당한 기후조건이 만들어지면서 2006년 처음 피해가 보고된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됩니다.
나무의 수액을 빨아먹는 특성상 토종 수목에 질병을 발생시키고, 포도 등의 수익성 과일의 상품성을 떨어뜨리는 등의 문제를 발생시키게 됩니다.
이에 따라 박멸을 위해 살충제를 살포하려 해도 토종 곤충들에게까지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상황이므로, 그 박멸이 쉽지 않은 실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꽃매미벼룩좀벌이라는 꽃매미의 강력한 토착 천적에게 호되게 당하며 계체수가 줄어들기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꽃매미벼룩좀벌은 알 기생벌의 일종으로 꽃매미의 알덩어리 내에 알을 낳고, 꽃매미의 알을 양분으로 사용하여 꽃매미벼룩좀벌의 유충이 자라게 됩니다.
다 자란 꽃매미벼룩좀벌 유충은 꽃매미의 알을 뚫고 나오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꽃매미를 사멸시키게 되는 원리입니다.
또한, 2017, 2018년 연이은 기록적인 한파의 영향으로 꽃매미의 알이 대부분 사멸되어 계체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게 되어 현재는 보기 힘든 개체가 되었습니다.
미국 가재
지난 14일 환경부 소속 기관 국감에서 영산강 유역 수계에서 늘어나는 미국 가재에 대한 우려와 함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미국 가재는 천적이 적은 데다가 가재 페스트균과 백색점 바이러스의 매개 역할을 하며 토종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5m 깊이까지 어른 팔뚝만 한 굴을 파는 습성은 제방이나 둑을 무너트리는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미국 가재가 우리 생태계에 침입하게 된 계기도 관상용으로 키우던 개체를 불법으로 방생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수질 오염 등으로 현저하게 줄어든 토종가재의 보금자리가 이제는 덩치 큰 외래종에 위협당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외국의 골칫거리로 전락한 토종 생물들
이처럼 외국에 유입되어 우리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외래종이 존재하듯이 우리의 토종 생물이 해외로 유입되어 그 지역의 골칫거리가 되는 반대의 사례도 존재합니다.
가물치
예로부터 원기회복과 산후조리 보양식으로 유명한 가물치가 미국의 생태계를 훼손하고 있다고 합니다.
가물치는 민물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로서 수온이 높아 산소가 부족한 곳이나, 부패한 물웅덩이에서도 생활할 수 있는 강한 생존력을 보입니다.
이는 다른 물고기와는 달리 아가미로만 호흡하는 것이 아니라, 입을 통한 공기 호흡을 할 수 있는 보조 호흡 기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러한 이유로 폐쇄된 기존의 서식지에서 나와 다른 서식지로 쉽게 이동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독특하고 강인한 인상 때인지 가물치가 ‘프랑켄피쉬’와 같은 공포영화의 소재로도 사용되었다고 하니, 사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또한, 미국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가물치는 큰물에서 놀며 호의호식(?)한 탓인지 흔한 것이 1.2m에 15kg 정도로 벌크업을 제대로 하여 그 지역의 생태계를 마구 흔들고 있어 퇴치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무당개구리
어린 시절 하천변이나 도랑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무당개구리를 기억하시나요?
배에 선명한 붉은색과 검은색의 국방 무늬는 왠지 보기에도 음침하여 어릴 적 기피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와는 미적 감각이 달라서인지 유럽 등지에서는 이 무당개구리가 관상용으로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수많은 토종 무당개구리들이 수출되기에 이르헜는데, 이와 같은 행위가 훗날 전 세계 양서류를 위협하는 치명적인 실수가 되리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2018년 5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아시아발 항아리곰팡이가 전 세계 양서류의 감소를 야기하였다’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항아리곰팡이 때문에 양서류 200여 종이 멸종위기에 처했다고 보고하였습니다.
개구리 흑사병이라고도 불리는 항아리곰팡이는 양서류의 피부에 침투하여 피부의 케라틴 조직을 양분으로 자라나 포자로 양서류의 피부를 덮어버리는 양서류 피부병의 일종입니다.
양서류는 피부를 통한 호흡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호흡량의 60%에 이르는바, 피부가 생물체를 감싸는 가죽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따라서, 항아리곰팡이에 감염된 개체는 질식사, 심장마비 등으로 죽음에 이르게 될 확률이 90%에 이른다고 합니다.
논문은 전세계 양서류에서 채취한 항아리곰팡이의 유전체 분석을 통해 항아리곰팡이 한국에서 최초로 병원성을 발현한 후 무당개구리를 통해 세계로 퍼져나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서식 중이던 무당개구리와 양서류들은 오랜 기간 적응을 거쳐 항아리곰팡이에 대한 내성이 있어 국내에서는 이 균이 발현되지 못했으나, 이에 대한 내성이 없는 외국의 양서류에게는 이 낯선 병이 치명적인 영향을 끼쳐 20년간 200종 이상의 개구리를 멸종위기로 몰아넣었다고 합니다.
다람쥐
외국의 크고 우람한 다람쥐와는 달리 귀여운 외모로 1960년대에서 80년대까지 일본을 비롯하 유럽에 다수 수출된 우리나라 토종 다람쥐가 유럽에서 골칫거리로 전락했다고 합니다.
애완동물에 싫증이 난 사람들이 숲속에 방생한 다람쥐가 야생에의 정착에 성공하면서 개체 수가 급격히 늘어나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급속도로 불어난 우리나라 토종 다람쥐들이 라임병을 퍼트리는 주범으로 지목된 것입니다.
라임병이란 진드기가 사람을 무는 과정에서 보렐리아균이 신체에 침투하여 뇌염, 부정맥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질병입니다.
한국산 다람쥐가 이 균을 보유한 진드기에 감염될 확률이 기존의 숙주였던 들쥐에 비해 8.5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한국산 다람쥐가 이 살인 진드기의 주요 숙주로 지목되면서 유럽인들의 기피 대상이 되었다고 합니다.
생태계 유해종은 아니지만 2018년 경기도 이천의 일명 ‘구피천’에서 열대 어종인 구피가 대량 서식하고 있다는 뉴스가 화제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2015년 강원도 횡성에서는 키우다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피라냐와 레드파쿠가 발견되면서 일대에서 포획 작전이 벌어지는 등 소동이 있었고, 이후 이를 포함한 몇 종이 생태계 유해종으로 지정되기도 하였습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붉은귀거북이나 미국가재의 문제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다양한 유해종의 문제는 모두 외래종이 우리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과소평가와 무분별한 수입과 방생에 따른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생태계 교란 생물의 수입, 사육, 판매 등을 제한하고, 생태계 유출금지 생물의 방출행위 시 처벌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마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홍보와 국민의 인식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또한, 자신이 기르던 애완동물에 대한 책임 의식과 올바른 처리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한 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너무나도 몽환적인 ‘핑크뮬리’에서 시작하여 가까운 미래에 봉준호 감독의 ‘괴물’과 같은 존재가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생각으로 마무리된 하루였습니다.
푹쉼푹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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