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개월 전인 2020년 7월 14일 인천 일대를 중심으로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이 나왔다는 뉴스 보도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연일 코로나에 관한 뉴스로 도배가 되던 시기임에도 많은 사람의 관심이 쏠렸던 사건이었습니다.
마트의 필터 관련 제품들이 매진되는가 하면 생수 판매량이 급증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렇듯 깨끗한 물은 우리의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이 큰 요소인 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입니다.
얼마 전 인천에서 발생한 붉은 녹물이 시민들의 불안을 가중시켰습니다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
과거에도 수돗물의 오염에 관한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과 분노를 끌어낸 사건이 있었으니, 일명 ‘페놀 쇼크’라고 불리는 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낙동강에 페놀이 유출되면서 대구 일대의 수돗물에서 악취가 난다는 신고가 빗발쳤고, 이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합쳐져 수돗물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키우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약수터 전쟁 발발”
이 때문이었을까요? ‘페놀 쇼크’를 계기로 약수터에서는 말 그대로 ‘물의 전쟁’이 시작됩니다.
지금은 보기 힘들어졌지만, 9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밤낮 할 것 없이 물통이 든 등산 가방을 메고 깨끗한 물을 찾아 헤매이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저 역시도 주말만 되면 아버지를 따라 가방을 메고 약수터를 찾아다니며 ‘물 지게꾼(?)’ 역할을 했던 경험이 생각납니다.
‘물맛’이 좋다고 소문난 약수터의 경우 몇 시간씩 기다렸다가 물을 떠야 할 정도로 인기가 좋았습니다.
특히, 날이 가물어 수량이 풍부하지 못한 때에는 ‘개미 눈물만큼(?)’ 떨어지는 물로 통을 채우기 위해 몇 시간씩 물을 받기도 하고, “물통을 너무 많이 들고 온 것 아니냐”며 사소한 시비도 빈번히 일어났으니, 그 당시 깨끗한 물에 대한 사람들의 염원과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물 욕심 때문에 약수터 근처에선 고성이 오가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이용이 저조한 약수터를 폐쇄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하니 좋은 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델몬트, 그리고 보리차”
약수터에서 깨끗한 물을 공수하지 못한 사람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수돗물을 끓여서 먹게 되었고, 특히 구수한 보리차를 음용수로 사용하는 가정이 많았습니다.
물이 다 끓으면 나던 주전자의 휘슬 소리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 보리차와 찰떡궁합을 이루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1990년대 가정집 냉장고에 하나씩은 꼭 있었던 델몬트 유리병입니다.
이 유리병으로 말할것 같으면 두꺼운 유리 재질에 인체 공학적인(?) 손잡이가 홈으로 파여있어 많은 가정에서 물병으로 인기가 아주 많았습니다.
특히, 시원한 보리차가 담긴 델몬트 유리병은 몇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때의 시원함이 생생히 느껴질 정도로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습니다.
냉장고 한 켠에 늘 있던 보리차의 맛이 가끔은 그립습니다
요즘엔 ‘레트로’라는 수식어를 단 이 유리병이 5,000원 정도에 팔리고 있고, 1990년대에 생산된 정품(?) 유리병의 경우 내구성을 극찬하는 설명과 함께 중고시장에서 10,000원 이상에도 거래되고 있다고 하니 격세지감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델몬트 병에 담긴 보리차가 대유행했던 것도 그 당시 수돗물에 대한 사람들의 불신과 마시는 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생수를 '내돈내산' 못한다고?”
1976년 주한 미 8군에 팔기 시작한 생수는 수출과 국내 거주 중인 외국인을 상대로만 판매할 수 있었고, 내국인에게는 판매가 금지되는 품목이었습니다.
이는 수돗물에 대한 불신 조장과 사회 계층 간 위화감 조성을 이유로 현재의 보건복지부의 전신인 보건사회부가 발표한 고시에 따라 생수 판매를 금지하였기 때문입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대한민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을 의식하여 잠시 생수 판매가 허용되던 시기도 있었으나,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계층 간 위화감 조성을 이유로 다시 내국인에 대한 생수 판매를 금지하게 됩니다.
하지만, 페트병에 담긴 ‘깨끗한 물’이 준 강렬한 인상때문이었을까요?
수출용 생수가 어둠의 경로를 통해 가정집에 배달되고, 심지어 허가받지 않은 불법 업체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기름보다 비싼 물을 팔기 위해 생수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90년대 초반 휘발유의 가격이 리터당 약 500원, 경유가 약 190원 정도 하던 것을 감안할 때 가정에 배달되던 18.9L 짜리 한 통이 91년 당시 4000원 정도에 판매가 되었다고 하니, 당시의 물 가격이 얼마나 비쌌는지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현대판 봉이 김선달의 등장”
이러한 사람들의 깨끗한 물에 대한 열망에 편승하여 사업자 등록도 없이 먹는 물로 부적합한 하천수 수준의 계곡물을 끌어다 소독도 제대로 하지 않은 생수통에 넣어 팔던 사람들이 먹는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무더기로 입건되기도 하였습니다.
“국민들의 쌓였던 분노가 폭발하다”
1991년 발생한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수돗물 오염사태와 무분별한 개발과 쓰레기 매립에서 비롯된 지하수의 오염, 그리고 돈을 주고 깨끗한 물을 사서 먹겠다는데도 이를 불법으로 간주하는 정부 정책까지 더해져 국민들의 ‘깨끗한 물’에 대한 열망이 폭발하게 됩니다.
이를 반영하듯 1994년 1월에는 ‘식수 비상’이라는 주제로 TV토론까지 열리게 됩니다.
“이는 깨끗한 물을 마실 국민의 권리를 침해한다. 땅!땅!땅!”
결국 생수 시판 허용의 문제는 대법원까지 가게 되었고, 이러한 국민들의 염원을 의식한 듯 헌법 재판소는 판결문에서 “생수 판매의 범위를 수출 및 주한 외국인으로 제한하는 것은 국민의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는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다”라고 밝히며, 보건사회부의 생수 판매 금지 고시에 대한 위헌 결정을 하게 됩니다.
오염된 물로 고통받는 여러 나라를 보며 깨끗한 물이야말로 인간의 삶에 있어 필수 요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에 따라 당시 보건사회부는 1994년 3월 16일부로 내국인을 상대로 한 생수 판매를 허용한다고 발표하여 현재 우리가 아무런 제제 없이 생수를 사 먹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지구 표면의 약 71%를 차지하는 물 중 우리가 마실 수 있는 담수는 고작 2.6%에 불과합니다.
이마저도 급변하는 지구의 환경변화로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지구 전체의 지하수가 점점 말라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는 요즘 깨끗한 물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최근 지구 곳곳에서 발생하는 대형 산불은 환경이 얼마나 빠르게 변해가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지구의 건강도 챙길 필요가 있는 때입니다
푹쉼푹쉼
We can save the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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