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긍정 선생이 맨몸으로 눈을 맞으며 외쳤던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것이니라”라는 말을 기억하시나요?
처음엔 그냥 웃자고 한 말인 줄 알았으나, 이는 근대 심리학의 창시자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의 오랜 연구 끝에 나온 결론을 인용한 것이었습니다.
오늘은 신체적 변화와 정서의 관련성에 관한 재미난 심리학 가설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합니다.
표정과 정서의 상관관계
인간은 얼굴에 있는 43개의 근육을 서로 조합하여 약 10,000개 이상의 독특한 표정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며, 이러한 표정을 통해 미묘하고 구체적으로 우리의 정서 상태를 외부에 전달합니다.
이러한 정서 상태와 몸짓 혹은 표정은 매우 강하게 연관되어 있기에 가끔은 방송 중 표정 관리에 실패한 연예인들의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하고, 사회생활 중 자신의 감정 상태를 숨기기 위한 표정 관리 트레이닝이 따로 존재하기도 합니다.
동물의 감정 표현
영국의 박물학자 찰스 다윈은 탐험 중 만난 다양한 원시 부족민의 관찰을 통해 생활 양식이 다르고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그들의 울거나 웃는 표정은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또한, 그는 다양한 동물의 비교 관찰을 통해 이러한 감정 표현 방식의 종간 유사성이 존재한다는 가설을 세우게 됩니다.
이를 바탕으로 찰스 다윈은 1872년에 출간한 ‘인간과 동물의 감정표현’이라는 저서를 통해 인간과 동물이 표현하는 다양한 감정은 학습된 것이 아닌 선천적인 것이고, 이러한 표현 방식은 유전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감정은 신경이 근육을 자극하여 표정으로 표현되는데, 인간을 포함한 동물은 행복·슬픔·분노·공포·놀람 등의 공통적이고 보편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감정을 표현하는 표정이나 몸짓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동일하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이러한 감정표현의 공통성과 보편성은 인간의 의사전달 체계를 구성하는 일 요소로써, 이를 이용해 서로 간 빠른 의사 전달을 함으로써 주변의 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처하도록 진화한 것으로 그는 보고 있습니다.
제임스-랑게 이론
다윈이 동물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감정의 표정이나 몸짓을 통한 외부로의 표현에 대해 연구를 하였다면,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와 덴마크의 심리학자 칼 랑게는 반대로 외부의 자극을 통해 일어나는 생리적 반응과 정서의 연관 관계에 대해 연구를 하였습니다.
제임스-랑게 이론은 인간이 외부의 자극을 받으면 그에 따른 신체적 변화와 흥분이 나타나고, 이러한 변화를 우리의 뇌가 인지할 때 그에 맞는 감정이 일어난다고 보는 이론입니다.
즉, 슬퍼서 눈물이 나는 것이 아니라 울기 때문에 슬프고, 기뻐서 우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기쁨을 느끼게 된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기쁨, 슬픔, 분노 등의 감정을 일으킬만한 상황에 부닥쳤을 때 그에 걸맞은 신체적 변화인 웃음, 눈물, 찡그린 표정 등이 나타나는 것을 억제한다면 그러한 감정이 일어나는 것을 조절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는 분노 조절이나 긴장 완화와 같은 다양한 정서조절 훈련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안면 피드백 가설
이러한 제임스-랑게 이론을 지지하는 강력한 근거로서 안면 피드백 가설(facial feedback hypothesis)을 꼽을 수 있습니다.
즉, 자극 → 감정 → 신체 변화의 순서가 아니라, 자극 → 신체 변화 → 감정의 순서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가설을 세우고 다양한 실험을 수행하게 됩니다.
1. 연필 실험
이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고 같은 만화책을 읽도록 하되 첫 번째 집단은 연필을 이빨로 물게 하여 억지로 입꼬리가 올라간 표정을 짓게 하고, 두 번째 집단은 연필을 입술로 물도록 하여 입술을 오므린 채로 만화책을 읽도록 하였습니다.
만화를 다 보고 난 후 연필을 치아로 물고 억지로 웃는 표정을 지으며 만화를 본 첫 번째 그룹이 두 번째 그룹보다 만화를 훨씬 재밌게 느낀다는 결과를 통해 비록 억지웃음이라도 그에 상응하는 감정인 기쁨과 즐거움을 더 잘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2. 보톡스 실험
2010년 위스콘신대학 매디슨캠퍼스의 데이비드 하바스(David Havas)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미간 주름을 만들어내는 피실험자들의 이마 부위에 보톡스를 주사한 뒤 분노나 슬픔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의 짧은 글을 읽도록 하였습니다.
실험 결과 똑같은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보톡스 주사를 맞기 전보다 주사를 맞은 후에 글을 읽고 이해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이는 보톡스 주사를 맞은 피험자들은 슬픔과 분노의 감정을 일으키는 안면 부위를 찡그리지 못함으로 인해 그러한 감정에 대한 뇌의 처리속도 역시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와 함께 데이비드 하바스 교수는 “과도한 성형으로 풍부한 표정을 잃는 것은 감정과 정보를 교류할 중요한 채널을 끊어버리는 것”이라고 하여 과도한 성형의 부작용을 지적하기도 하였습니다.
3. 그 외의 실험들
미소의 표정을 짓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도파민과 엔도르핀과 같은 호르몬의 수치가 증가하고, 심박 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이 많은 실험을 통해 밝혀졌습니다.
또한, 허리를 곧게 편 자세, 포옹, 심호흡 등의 몸짓도 편안한 감정을 불러내어 스트레스 상황에서 심적 안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결국 위의 실험들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표정과 몸짓을 통한 우리의 신체적 표현이 뇌에 신호를 보내어 그에 상응하는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는 점입니다.
웃음치료
이러한 우리의 표정 혹은 몸짓과 감정의 연관 관계를 활용하여 환자의 건강과 안위를 증진하는데 웃음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기도 합니다.
웃음은 스트레스, 불안감 및 고통의 공포를 줄이고, 스트레스와 관련된 호르몬을 조절하며, 근육의 유연성과 우리 몸의 면역력을 높이는 등 우리 몸에 긍정적인 치유 효과를 불러일으키므로, 다양한 치료 방법과 병합하여 웃음 치료가 활용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웃음-마음의 마스크
이렇듯 “웃으면 복이 온다”라는 옛말의 다양한 과학적 근거가 존재하는 만큼, 웃음을 활용하여 몸과 마음에 긍정의 온기를 불어넣을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우울하고 부정적인 뉴스가 넘쳐나는 때일수록 거울을 보며 억지로라도 입꼬리를 올리고 미소 짓는 표정을 지어보세요.
고약한 바이러스로부터 유발된 우울하고 절망적인 감정들이 어느새 눈 녹듯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푹쉼푹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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