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스턴트 라면협회(WINA)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8 우리나라의 연간 라면 소비량은 35억 9000만 개로 세계 7위에 해당하지만, 1인당 라면 소비량은 1년에 약 76.1개로써 2위인 베트남(1인당 약 52.6개/1년)과 3위인 인도네시아(50.2개/1년)를 제치고 당당히(?) 세계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4명 중 1명은 일주일에 라면을 1~2회 섭취한다고 하니 ‘라면 공화국’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늘은 우리나라의 국민 음식 라면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라미엔, 라멘, 라면”
라면이라는 단어는 중국에서 그 어원을 찾을 수 있습니다.
라미엔( 拉面)은 당길 랍( 拉)과 밀가루/국수 면( 面)이 합쳐진 단어로서 밀가루 반죽을 당겨서 만든 면의 한 종류인 수타면을 뜻하는 말이었으나, 일본으로 건너가 우리에게 익숙한 라-멘(Ramen)이라는 단어로 정착되게 된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먹는 지금의 인스턴트 라면의 시초는 1958년 8월 닛신식품의 창업주인 대만계 일본인 안도 모모후쿠가 개발한 치킨라면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라면의 역사”
삼양식품의 전중윤 회장은 일본의 묘조식품을 통해 라면 제조기기 2대와 기술을 도입하여 1963년 우리나라 최초의 라면인 삼양라면이 탄생시킵니다.
밀가루 사용을 권장하는 정부의 쌀 부족 해결 정책과 맞물려 ‘특수영양국수’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으로 신문 광고를 하기도 하였으나, 사업 초기의 라면은 지금과 같은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최초의 삼양라면은 닭 육수를 베이스로 한 밋밋한 하얀색 국물의 맛과 꼬불꼬불한 면에 대한 생소함과 거부감에 잘 팔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면 요리를 좋아하는 박정희 대통령이 매콤한 것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추어 고춧가루를 넣으라는 조언에 힘입어 현재의 빨간 라면이 탄생했다는 설도 있으나, 사실확인은 불가합니다.
“라면은 방부제 덩어리?”
라면은 기본적으로 기름에 튀긴 면을 바짝 말려서 제조하므로 수분함량이 적습니다.
미생물은 수분이 12% 이상인 환경에서 증식하게 되는데 라면의 수분 함량은 6% 정도 밖에 되지 않아 미생물이 번식하기에는 적당치 않은 환경입니다.
이에 따라 라면의 유통기한은 5~12개월 정도로 생면에 비해 유통기한이 긴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방부제를 많이 첨가했기 때문이 아닌 라면의 제조 방법에 따른 특성이므로, 라면이 방부제 덩어리라는 것은 잘못된 상식입니다.
"해장에는 역시 라면이지?"
과음한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부스스한 얼굴로 정신없이 라면을 끓여 드신 경험이 한 번쯤은 있으실 겁니다.
뜨끈하고 얼큰한 라면 국물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갈 때면 어제 먹었던 술이 말끔히 씻겨 내려가는 느낌도 듭니다.
하지만, 이러한 느낌(?)과는 달리 라면은 해장과는 다소 거리가 먼 음식이라고 합니다.
면의 기름기는 소화를 어렵게 하고, 라면 속 합성조미료는 안 그래도 지친 간에 부담을 준다고 합니다.
또한, 숙취해소 음주로 인해 몸에서 빠져나간 수분을 충분히 보충해주는 것이 중요한데, 라면에 포함된 다량의 나트륨은 이러한 수분보충을 방해하여 탈수증에 걸릴 위험도 있다고 합니다.
“맛있는 라면의 핵심은 바로 물 조절”
라면의 물 조절에 관하여 자신만의 노하우를 가지고 계신 분들도 있겠지만, 많은 분이 물 조절에 어려움을 겪으시는 것 같습니다.
특히, 여러 개를 끓일 경우 물 조절에 실패하여 한강(?)이 된 처참한 광경 앞에 원망의 눈초리를 받으며 민망함에 “건강식으로 끓여봤다”는 씨알도 안 먹히는 변명을 대기도 합니다.
이는 많은 사람이 하는 실수로서 라면 한 개에 필요한 물의 양이 550mL니 두 개면 깔끔하게 암산으로 1100mL를 전문가인양(?) 개량컵까지 써가며 자신게 투입하셨다면 앞으로 일어날 대참사(?)에 걸맞은 농담을 준비하셔야 할 것입니다.
"550mL×2≠1100mL"
물의 양이 증가하면 물의 증발속도가 감소하게 됩니다.
라면 한 개에 550mL의 물이 적당하다는 것은 550mL일때의 증발속도를 고려하여 산출된 라면 개발자들의 노력의 결실(?)이므로, 두 개를 끓일 때에는 감소한 증발속도를 고려하여 1,100mL보다 적은 양의 물을 첨가해야 합니다.
각 기업의 라면 전문가들이 무수한 실험 끝에 찾아낸 물의 황금비율은 라면 두 개의 경우 880mL(종이컵 5컵), 세 개의 경우 1,400mL(종이컵 7과 2/3컵), 네 개의 경우 1,800mL(종이컵 10컵), 다섯 개의 경우 2,300mL(12와 1/2컵)입니다.
집에 계량컵이 있다면 이를 사용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눈대중으로 물을 조절하다가 대참사(?)가 발생하곤 합니다.
이 때에는 집에 있는 생수병이나 종이컵을 활용하여 물을 조절하시면 편리합니다.
1개의 라면을 끓일 경우 500mL 생수병의 목 부분까지 물을 채우거나, 한 컵의 종이컵에 가득 찬 물의 양이 180mL 정도이니 종이컵 가득 3컵이면 대략 550mL의 물을 계량하실 수 있습니다.
만약 생수병이나 종이컵을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라면 봉지의 절반가량을 채운 물이 550mL 정도 된다고 하니 라면봉지를 가로로 길게 뜯은 후 물을 받고 들어보았을 때 라면을 쉽게 뜯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중앙의 선까지 물을 받게 되면 라면 1개를 끓일 수 있는 적당한 물의 양을 계량하실 수 있습니다.
“라면에도 결이 있다?!”
적당한 양의 물이 준비되었다면 이제는 물이 끓기를 기다렸다가 면을 넣어줄 차례입니다.
라면 한 봉지에는 약 40cm의 면이 약 100가닥 정도 연결되어 있다고 합니다.
구불구불한 라면 한 봉지를 길게 늘어뜨리면 총 40m 정도가 된다고 하니 이는 아파트 14층 높이에 해당합니다.
라면을 끓일 경우 취향에 따라 면을 쪼개지 않는 분도 계실 것이고, 쪼개어 넣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심지어 가루를 내어 죽(?)처럼 드시는 분도 본적이 있는데, 맛은 어떠한지 모르겠습니다. 😊;
대부분은 별 생각 없이 손에 잡히는 데로 면을 쪼개어 넣으실 것입니다.
하지만, 라면을 쪼개는 방법에 따라서 라면의 식감이 달라질 수 있으니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식재료의 경우 결대로 잘라야 고유의 식감을 살릴 수 있듯이 라면에도 염연히 결(?)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라면을 쪼개서 넣을 때 라면의 결을 따라 쪼개야만 길다란 면을 연출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결의 반대방향으로 쪼개게 되면 면이 뚝뚝 끊어지게 되어 면발을 당기는 재미가 반감됩니다.
면치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면을 쪼개지 않거나, 반드시 결대로 쪼개어 넣어주세요.
“달걀”
라면에 달걀을 넣느냐 넣지 않느냐 역시 개인의 취향 차이가 많이 나는 부분입니다.
또한, 달걀을 넣는 경우에도 푸느냐 풀지 않느냐에 관한 열띤 토론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풀리지 않은 반숙의 깔끔함을 원하신다면 면과 함께 계란을 넣으신 후 잠깐 두셨다가 젓가락으로 면을 풀 때 계란이 터지지 않도록 주의하셔야 합니다.
계란을 풀어 드시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마무리 단계에서 계란을 투하하시면 되겠습니다.
다만, 끓는 면 위로 계란을 바로 넣고 풀어주게 되면 면과 계란이 달라붙거나 뭉쳐져서 깔끔한 플레이팅이 연출되지 않습니다.
혼자 드실 땐 상관이 없겠으나, 누군가에게 대접해야 할 경우라면 귀찮으시더라도 마무리 단계에서 다 익은 면을 그릇에 먼저 건져낸 후 미리 풀어둔 계란과 파 등을 넣어 한 번 더 끓여주신 후에 면 위로 국물을 붓게되면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은 라면을 대접할 수 있습니다.
“라면의 단짝 친구=김치?”
국물 라면 1봉지의 나트륨 함량이 1,600~1,900mg가량이라고 하니 라면 1봉지의 섭취는 세계보건기구의 1일 나트륨 섭취 권고량인 2,000mg을 거의 채우는 양에 해당됩니다.
여기에 짠맛의 대명사인 김치까지 곁들게 되면 말 그대로 ‘나트륨 폭탄’이 제조되므로, 건강을 위해 김치는 냉장고 속에 고이 넣어두심이 어떨는지요? (안 되겠지요? 라면과 김치의 환상적인 콜라보레이션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도저히 여러분을 설득할 자신이 없습니다. 선을 넘은 제안 죄송합니다. ㅜㅜ)
“더운밥? 찬밥?!”
인스턴트 라면을 든든한 한 끼 식사로 변화시키는 ‘밥 말아 먹기 스킬’은 놀랍게도 우리나라만의 특징이라고 합니다.
인스턴트 라면의 원조라는 일본에서조차도 라면에 밥을 말아 먹는 것이 생소하다고 하니, 국에 밥을 말아 먹는 한국인만의 독특한 식문화가 자연스럽게 라면에도 응용된 것이라 생각됩니다.
라면에 밥을 말아먹을 때 찬밥이 더 맛있다는 말에는 과학적인 근거가 있습니다.
따뜻한 밥은 식어가는 과정에서 밥알 속 수분이 증발하며 딱딱한 찬밥으로 변해갑니다.
수분이 빠져나간 찬밥이 따뜻한 라면 국물과 만나면 잃어버린 수분을 되찾으려 라면국물을 흡수하여 라면국물이 가득 밴 맛있는 밥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반면에 따뜻한 밥은 이미 발알 속에 수분을 가득 머금고 있으므로, 라면국물을 흡수할 수 없어 밥과 국물이 따로 노는 현상 때문에 맛이 떨어지게 됩니다.
또한, 밥알이 식어가면서 표면에 작은 구멍이 생겨 국물을 더 잘 흡수할 수 있는 구조로 변하는 것도 찬밥이 라면과 더 잘 어울리는 이유라고 하니, 집에 따뜻한 밥밖에 없다면 라면을 끓임과 동시에 밥을 냉장고에 넣어두시는 건 어떨까요?
푹쉼푹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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