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리판

 

 

'아사리판'이란 말 들어보셨나요?

 

 

 

얼마 전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장의 입에서 나온 말입니다.

 

 

 

국민의힘이 4·7 재·보궐선거에서 압승한 지1주일 만에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국민의힘 간의 설전이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는 가운데 김 전 비대위원장이 국민의힘의 상황을 빗대어 말한 ‘아사리판’이라는 단어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아사리판이란 몹시 난잡하고 무질서하게 엉망인 상태를 일컫는 말입니다.

 

 

 

보통 난잡하고 혼란스러운 상태를 가리키는 ‘개판, 난장판’ 등과 함께 쓰입니다.

 

 

‘개판’의 ‘개’는 ‘犬’의 뜻이고, ‘난장판’의 ‘난장’은 ‘亂場(과거를 보는 마당에서 선비들이 질서 없이 들끓어 뒤죽박죽이 된 곳)’을 뜻합니다.

따라서, ‘개판’은 ‘개가 날뛰는 무질서하고 난잡한 현장’을, ‘난장판’은 ‘과거장(科擧場)에 모여든 선비들이 무질서하게 들끓고 떠들어대던 현장’을 가리키는 말로써 아사리판과 그 의미를 같이합니다.

 

 

 

 

'아사리판'이란 단어의 어원과 관련하여,

 

 

 

1. 토박 말 어원설

 

'아사리'는 토박이말 빼앗다의 옛말 '앗다(奪)'의 줄기 '앗－ '에 관형사형 어미(매김꼴 씨끝) '－을'이 붙고 그 아랫사람을 나타내는 어미 '이'가 붙어 '앗을이'가 되고 이 말에서 '아사리'가 되었다는 것이다.

빼앗을 사람과 빼앗길 사람이 한 데 어울려 무법천지가 된 상황을 비유한 말이라고 합니다.

 

2. 일본말 어원설

 

일본말 '아사리(あさり, 浅蜊)'는 원래 조개, 특히 바지락의 일종인데, 이 '아사리'는 다른 조개와 달리 바지락이 담긴 그릇은 흔들릴 때 '사그락 사그락' 소리가 난다고 하여 '아사리판'이 나왔다는 주장입니다.

 

 

3. 인도 범어 유래설

 

산스크리트어에서 덕망이 높은 스님을 '아사리(acarya)'라 칭하고 이는 정행(正行)이나 궤범(軌範)과 덕망이 높은 고승을 뜻하는 말입니다.

이렇게 보면 ‘아사리판’은 ‘덕망 높은 스님들이 함께 모이는 장소’로 해석됩니다.
덕망 높은 ‘아사리’들이 한데 모여 서로의 의견을 개진하다 보면 의견이 많아지고 서로 다른 의견에 대해서는 격론을 벌이기도 하는데, 그러다 보면 ‘아사리’들이 모인 장소가 자칫 소란스럽고 무질서해 보일 수가 있습니다.

이러한 점이 부각되어 ‘아사리판’에 ‘질서 없이 어지러운 현장’이라는 비유적 의미가 생겨난 것이라는 견해가 있습니다.

 

 

 

보통 정치판을 빗대어 '개판, 난장판'등의 단어를 자주 사용하긴 하나, 정치 일선에 있는 사람의 입에서 나온 이 '아사리판'이란 단어는 작금의 정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한편으론 씁쓸한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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